큐세히와 마담뺑덕을 보고왔습니다. 몇일 전에요 ㅠ 요새 맨날 포스팅이 늦어서... 어허허허;


마담뺑덕은 전에 다른 영화 보러가서 본 예고편에 꽂혀서 큐세히랑 '우리 이거 꼭 보자!!!'했던 영화인데요,


기대가 컷던 만큼이나 큐세히는 '이게 모야... 그래서 모야...' 하며 실망해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인상 깊었


던 장면들도 좀 있고, 특히 영화 첫 부분은 '내가 영화를 만들면 이렇게 만들법하다!'싶은 스타일이라


꽤 흥미로웠습니다.





이 영화는 '마담뺑덕'이라는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심청전'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영화입니다만,


전체적으로 영화 자체도 '어디선가 본 듯 한' 장면과 영상들이 나열된 듯한 느낌이 컷습니다. 


물론 '오마쥬'라는게 한 눈에 보이는 부분들도 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익숙한 듯한 느낌이 


흥미로우면서도 '진부하다'는 느낌이랄까요?! 뭔가 '도제 시스템'에서 영화를 배우신 분 같은 느낌에


처음 영화를 보고 나서는 감독님이 상당히 '나이드신' 분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임필성 감독님이라는 분


40대 초반으로 젊으시더라구요. 어허허허;;; 또 필모그래피를 보니 뭔가 재미난 소재 영화들도 찍으셨던


데, 그냥 제 기분에 그렇게 느껴졌던건지 모르겠습니다.





마담 뺑덕은 심청전의 주요 캐릭터인 '뺑덕어멈'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입니다.


우리가 흔히 '악인'으로만 기억하고 있던 그 여자가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에 대한 부연 설명을


해주는 듯 한 이런 식의 구성은, 최근에 '말레피센트'에서도 사용된 적이 있었죠.


우리가 흔히 '나쁜 마녀'로만 알던, 이름조차 모르고 '마녀'라고 불리우던 말라피센트가 어째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왜 오로라 공주를 잠들게만들었는지를 '설명'해주는 이 영화에서 역시도, 그러한 마녀의


복수는 모두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순수하던 사랑이 '세속적인 남자'에게 더럽혀지면서, 그 배신감에 남자를 파멸시키고자 하는, 그래서


그 남자의 가장 소중한 것, 하나뿐인 딸을 빼앗으려 하는... 그 대상이 오로라이냐 심청이냐, 그리고 


영화가 '가정용'이냐 '19금'이냐에 따른 결론의 차이일 뿐 대략적인 구조는 두 영화가 아주 흡사합니다.


물론 이런 소재는 사실상 '가장 진부한' 소재이니 만큼, 또 '인간의 뇌구조와 살면서 듣고 보는 스토리'가


사실상 거기서 거기인 만큼 '내가 생각한 것'과 '남이 생각한 것이 유사할 가능성은 언제나 있기에,


이 '마담뺑덕'이 말레피센트의 플롯을 '따라했다' 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습니다만, 우리가 알고있는 원작


심청전에서의 뺑덕어멈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덕이 캐릭터를 설정한 것은 아마도 제작자의 '창의성'


이라는 측면 보다는 '진부함'의 표시인 것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캐릭터는 그 '설정의 변화'뿐만 아니라 그 캐릭터를 통해 극을 '끌어가는 모습'에서


나타난다는게 개인적인 생각인데, 영화에서 덕이가 보여준 모습은 사실 너무나도 '흔해' 보였으니까요.

 




물론 생각해보면 덕이 캐릭터가 '흔해'보이는건 사실 당연한 일입니다. 감독은 덕이가 심학규(정우성)의


면도를 해주는 장면에서 이 영화가 '미저리'를 오마주했다는걸 어느정도 알 수 있으니까요.


사고로 움직일 수 없는 폴을 간호하며 면도를 해주는 애나와 점점 눈이 멀어가는 심학규의 면도를 해


주는 덕이... 두 작품 모두 남자 주인공인 '소설가'라는 점에서 사실상 마담뺑덕의 작가는 미저리를


어느정도 머릿속에 염두해 두었다고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랑에 배신당한 여자의 복수심과 집착, 복수를 하기 위한 집착은 결국 또다른 '애정의 표출방법'이겠죠


이런 점에서는 말레피센트 적인 플롯과 미저리의 캐릭터를 '뺑덕어멈'이라는 한 명의 캐릭터로 잘


섞어내린 듯 한 느낌입니다만, 사실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딱 보면 파악할 수 있는' 그런 '가시성'은 좋지만, '잘 융합되었다'라는 느낌보다는 뭐랄까 '본드로


붙여놨다'는 느낌이 강하달까요?! 극 중 덕이의 행동들이 어딘지 이해가 가면서도 어딘지 어색하게


느껴지고, 그 결과 '근데 왜? 뭐? 어째서?' 라는 반응이(우리 큐세히에게) 나오게 되는 것은 아마도


캐릭터가 제대로 섞이지 않아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재미있는건 이 마담뺑덕의 영어 제목입니다. 'Scarlet Innocence' Innocence야 순진하다는 뜻이고 


그렇다면 scarlet 은 무엇일까요?! 개인적으로는 아마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여주인공인


'스칼렛 오하라'를 의미한 것 같습니다.


순수한 스칼렛... 무엇이든 원하는건 다 손에 넣으려는, 임자 있는 남자까지 빼앗으려는 탐욕적인 여자


스칼렛의 순수했던 시절이라는 것일까요?! 아마도 '뺑덕어멈'과 그 현대판인 '덕이'같은 여자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영어권의 캐릭터로 감독은 스칼렛을 꼽은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뭐 개인적으로는 얼마나 


매치가되 되는지 잘은 모르겠네요...


극상에서 덕이는 학규에게 버림받은 이후로 매춘과 도박을 통해 돈을 모은 것 처럼 묘사되고 있는데,


스크린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충분히 짐작 가능한 덕이의 '악착같은 면'이 전쟁중에 살아남기 위해 악착같이


일하는 스칼렛과 매치가 되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이미 유부남인 학규를 탐낸 모습이 동생의 남자를 탐낸


스칼렛의 모습과 매치되었을까요?! 뭐... 둘 다 일수도 있고, 둘 다 아닐 수 도 있겠죠 ㅎㅎㅎ


그나저나 말레피센트에서 제일 불쌍한 사람이 오로라 공주의 어머니였듯, 이 영화에서도 가장 불쌍한 


사람은 학규의 아내이자 심청이의 어머니입니다.


가정에서는 더없이 자상하고, 좋은 남편인체 하는 난봉꾼 학규 때문에 우울증에 걸린 심청이의 어머니는


결국 그런 학규의 위선을 참을 수가 없어서, 그리고 '좋은 사람'인 학규를 미워하는 스스로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자살을 택하고 맙니다. 말레피센트가 두려워 그녀를 막기위한 준비를 하느라 남편 얼굴도 못보고


죽어간 오로라 공주의 어머니나, 여대생들과 놀아나느라 집에 안들어오는 학규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 


자살해버린 청이 어머니나 '딴 여자 때문에' 남편 얼굴도 못보고 고통받은 점이 참 비슷하게 느껴지는데,


개인적으로는 청이 어머니의 죽음을 '자살'이 아닌, '덕이의 계략'으로 묘사했으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아마 그 편이 좀 더 '복수와 집착'이라는 코드를 더 살려줄 수 있는 설정이 아닐까 싶은데,


어려운 일이죠 ㅎㅎㅎ 




이 영화를 보며 또 하나 재미있었던 장면은, 덕이와 학규가 놀이공원 관람차에서 정사하는 씬이었습니다.


둘의 입김으로 뿌옇게 김이 서린 유리창을 손바닥으로 짚어내리는 장면... 타이타닉이죠 ㅎㅎㅎ


이 영화가 왜이렇게 군데군데 오마쥬들을 삽입해 두었는지 사실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감독은 이걸 '관객의 발견하는 재미'를 위해 넣은 것일까요, 아니면 '해당 영화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담은 것일까요, 그도 아니면 '어떤 이슈를 만들기 위함'이었을까요?!


제가 알지 못하는 명확한 이유가 있었겠지만, 저는 이것이 이 영화를 보며 가장 아쉬운 점이었습니다.


뭐랄까, '자기 영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랄까요?  그동안 나온 그 수 많은 영화와 전혀 겹치는


부분이 없는 영화를 원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오마주도 좋고 차용도 좋고, 유사한 스토리라인과


캐릭터가 나오더라도, 뭔가 '자기만의 색깔' 이 아쉽다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이런 색깔의 부재는 '색깔있는 캐릭터'를 '밀고 나가는 힘'에서 비롯된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 영화, 포스터를 처음 봤을때부터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포스터 하나는 끝내준다고


생각했었는데... 예고편 보고는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기대가 커서인지 아쉬움이 많이네요.


그나저나 저는 왜 영화 보는데 자꾸 정우성이 '로미야' 하고 부를 것만 같죠 ㅋㅋㅋ 비트에서 너무


인상이 깊었나봐요 ㅎㅎㅎ 로미를 두고 바람피는 민이란... 어허허허허허;;; 

Posted by catinye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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