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공포영화를 '전혀'라고 말할 정도로 보지 않아왔지만, 어쩐지 이 오큘러스라는 영화는 


개봉 당시부터 '한 번 봐 보고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었습니다.


'거울'이라는 소재에 대한 호기심과, '공포영화'에 대한 두려움이 섞여서, 이걸 봐야하나 말아야 하나


한동안 고민하다가... '그래, 어차피 영화인데...' 라는 마음에 어제 밤 12시쯤에... 어허허허;;;


결국 보고 말았네요. 



생각해보면 '거울'이라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서 꽤나 상징적인 물건입니다.


'자신과 똑같은 모습이 거울 안에 담겨있다'는 특이성 때문인지, 거울에 관련된 괴담이나, 미신은


동서양 할것 없이 상당히 많은 편이죠. 


개인적으로도 어릴적 '거울'이 두려웠던건, 많은 영화에서 등장했던 장면들 처럼,


거울 속의 내 모습이 나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일까봐... 거울 속의 내 모습이 사실은 내가 아닌,


'독립된 존재'일까봐... 어린 시절에는 거울에 제가 비치지 않을 때 까지 시선을 떼지 않는 버릇을 


가지고 있었던 적도 있습니다.


어쩌면 제가 가지고 있던 '거울에 비친 제 모습에 대한 공포'는, '나와 같으면서도 묘하게 다른'


거울 속 제 모습을 일종의 '도플갱어'로 인식했기 때문은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사실 오큘러스를 만든 제작진의 말 처럼, 거울이라는 것은 원래가 실제 사물과 묘한 '간극'을 가지고 


있기 마련입니다. 기본적으로 좌 우가 바뀌는 것은 기본이고, 입체의 사물이 '평면' 속에 재현되며,


거울의 굴곡에 따라 대상 사물의 모습이 늘어지거나 우그러지기도 하니까요.






오큘러스에는 반가운 인물이 한 명 등장하는데요,


바로 닥터후에서 맷닥과 함께 출현했던 '에이미' 입니다.


저는 여기에 에이미 (카렌 길런)이 등장한다는걸 영화를 보고난 이후에야 알게 되었는데,


어쩐지 이 영화가 보고싶다고 느껴졌던데는 다 이유가 있구나... 싶었어요 ㅎㅎㅎ


그녀는 이 영화에서 자신의 남동생과 함께 래서거울의 비밀을 밝혀내고자, 그래서 자기 아버지가


부인을 고문, 살해한 범죄자가 아님을 밝히고자 실험을 진행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그동안 닥터후에서 쌓아온 이미지 덕분인지, 미스터리하고 괴기한 분위기의 영화와 아주 적절하게


조화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영화를 보는 동안, 저는 어느 순간 갑자가 '닥터'가 등장해서 에이미와 


그의 동생을 구출하고, 거울 속 외계인(유령)들을 자신의 별들로 돌려보내지는 않을까... 하는 망상이


들기도 했는데요 ㅎㅎㅎ 어쩌면 그만큼 역할과 잘 어울렸던 것은 아닐까 싶어요.






영화 오큘러스에서 래서거울은 사람의 '지각'을 혼란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내가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실제인지 거짓인지 구별할 수 없게 만드는 것이죠.


다만 이러한 현상들은 캠코더나 휴대폰의 액정을 거친 화면에서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며 궁금했던게, '그렇다면 이 영화속 유령들은 신체의 어느 부위에 영향을 주는 것인가?'


하는 점이었는데, 감각 기관인 '눈'에 영향을 주어 왜곡된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인지,


'뇌'에 영향을 미쳐 혼란을 시키는 것인지... 궁금하더라구요.


뇌에 영향을 미친다면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본 사물이 정상으로 보일리가 없고,


눈 자체에 영향을 주는 거라면 정신을 잃거나 환각을 일으키는걸 설명하기 어렵고...


아마 복합적인 것이었겠죠?!ㅎㅎㅎ


또 한가지 궁금한건, 왜 거울은 이들을 '홀려'서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것일까? 였습니다.


영화에서 '번쩍이는 눈'을 달고 나오는 유령들은, 영화 초반에 설명된 것 처럼 모두 '거울을 소유하던'


사람들입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주인공의 아버지 어머니 뿐만 아니라, 카렌 길런 역시도


유령의 형태로 '팀'의 눈에 비치게 되죠.


즉, 이 거울에 홀린 상태에서 죽음에 이르게 된 사람들은, 다음번 거울 소유주를 괴롭히는 '유령'이


되어버린다는 설정인 것 같습니다. 래서거울은 이렇게 계속해서 그 소유주들을 죽임으로써, 그들을


거울 속에 가둬버리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추측됩니다.





영화에서는 이 거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나오지 않습니다. 결국 이 거울을 누가 만든 것인지,


사람들이 거울에 홀리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언급하지 않은 채 끝나버리고 마는것이죠.


물론 '나름 평범한 남매의 이야기'라는 설정상, 세부적인 정보가 언급되지 않은 것은 당연해 보이고,


앞으로 오큘러스의 '시리즈'가 제작된다면 이에대한 설명이 언급될테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번 오큘러스1편에서 어떤 '최소한의 단서'는 제공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거울의 기원이나 이유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어, 이후에 나오는 속편들에서 '이 거울의 정체느 무엇이


다!' 하고 밝혀버린다면 '연결성'이 사라져 짝퉁'같은 이미지를 줄 수도 있을 테니까요.


사실 공포영화가 공포를 줄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미지에 대한 두려움'이기에, 거울에 대한 '지식없음'


이 관객에게 더 큰 공포를 주는 것은 맞을 수 있지만,


그렇게 따진다면 '유령'이라는 존재는 애초에 등장하지 않았어야 한다는게 제 생각입니다.


마치 데스티네이션처럼, '형상화된 존재' 없이 혼란에 빠진 사람들 자체만으로 관객을 공포에 빠지게


할 수 있어야 했겠죠... 물론 어려운 일이지만 말입니다.


맛있는 음식과 마찬가지로, 공포영화의 경우도 '영화를 보는 순간'의 오싹함 뿐만 아니라,


'보고난 이후'에 더 공포를 느낄 수 있어야 진짜 잘 만든 공포영화가 아닐까 합니다.


이는 단순히 '흉측한'비주얼이나, '깜짝 놀라는 장면'에서 오는게  아니라,


'생활과 연계된 소재' 와 '인간 본능적인 두려움'을 자극하는데서 나오는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조미료가 잔뜩 들어 '순간 혀끝에서 맛있'지만 먹고나면 느끼한 음식이 아니라,


먹을때는 밍숭맹숭해도, 먹고 나면 다시 생각나는 깊은 맛을 내는 음식처럼요.


그런 점에서 오큘러스는 '깜짝 쇼'에만 너무 치중한 점, '보편적 거울'이 아닌 '래서거울'이라는


특별한 소재를 통해 '일상과의 연계성'이 단절된 점, '어설픈 귀신의 등장'으로 '미지에 대한 두려움'을


감소시킨 점에서 '공포영화'로서는 그리 손꼽을만 하지는 못한 듯 싶습니다.


남매가 직접 캠코더로 영상을 촬영하고 실험을 위한 준비를 하는 장면도, 이미 파라노말액티비티나


쏘우 같은 영화에서 많이 보던 설정이기에 어찌 보면 미흡하고, 식상할 수 있구요.


개인적으로는 그 '현실과 환상'이 교차하는, '밖으로 나갔지만 어느새 집안에' 있는, 사과인 줄 알고


전구를 깨물었지만 어느새 다시 사과가 손에 들려있는 장면들... 그 '인식의 모호함'이 이 영화의 장점인


소재이고, 이 점을 부각시키는 편이 영화적으로 더 가치가 있지 않았을까 싶은데...


이런 점은 부각되긴 하였어도 생각만큼 이를 강렬하게 살려내지는 못했던 것 같네요.


그래도 매력이 있는 영화여서인지, 이 제작팀이 만들었다는 컨저링도 봐보고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정말 오랜만에 본 공포영화였지만, 생각만큼 어마무시하게 무시무시하지는 않았던게,


한편으로는 정말 다행입니다. 저는 뚱뚱해서인지 겁이 엄청 많거든요...ㅎㅎㅎ

Posted by catinyell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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