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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있는 곳에 몇 달 전 부터 '사내 연애'를 하는 커플이 생겼습니다.
남녀가 한 곳에 오래 있다가 보면 자연히 얼굴 볼 일이 자주 생기고, 대화 할 일도 많아지고...
이렇게 저렇게 정이 들다보면 '가까운 사이'가 되는건 아무래도 당연한 일이겠죠.
요즘은 옛날과 분위기가 많이 달라, '사내 연애? 그게 뭐 대수라고?' 하시는 분도 많겠지만,
개인적으로 조금 '불편하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사실 저는 처음에는 그들이 사귀고 있다는걸 저 혼자만 알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밤 늦게 집에 돌아가는 길에, 그들이 서로 손잡고 이야기 하는 모습을 우연하게 보고는
얼른 못본척 다른 길로 돌아서 집에 간 적이 있었거든요.
그때는 원체 어두워서, '정말 손을 잡고 있었던 건가?!' 긴가 민가 했지만,
이상하게 저와 귀가 길이 같아진건지, 데이트 코스가 제 귀가 코스와 겹치는건지...
손 잡고 걸어가는 모습을 몇 번 더 목격하고는 '지난번에 본게 맞구나'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남의 소문을 퍼뜨리는걸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사내에서는 별로 티내지 않으로고 노력하는 것 같았던 그 친구들을 위해서,
'그냥 조용히 입다물고 있어야지' 라고 마음먹고, 집에 와서 큐세히한테만 살짝
'우왕~ 걔네 그런사이래애애~ 우오오오오오!!!' 하고 아무렇지않은듯...?; 말하고... 어허허허허;;;
밖에서는 그냥 '난 몰라요~' 하고 몇일이 흘렀었습니다.
그러다 몇일 후,
남 얘기 하기 좋아하고, 남의 비밀 캐내는걸 능력으로 착각하는 선배 한 놈이 그러더군요.
'야 A랑 B랑 사귀는거 말이야...어쩌고저쩌고'
으잉?! 나만 알던게 아니었어?!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굳이 남의 비밀을 알고있는걸 티내고 싶지
않아 '에에에 그래요?!!!' 하고 모른 척 했습니다... 만... 그 선배의 돌아오는 대답은
'뭘 모르는척해? A가 그러던데, 너한테 벌써 들켰다고.'
으어어어어어
으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애써 못 본척 피해온다고 피해왔는데, 이 살찐 몸땡이가 멀리서 봐도 한눈에 척 알아보였나 봅니다...
그 뒤로도 이상하게 제가 다니는 루트와 그들의 코스는 묘하게 겹쳤고,
제가 늦게까지 남아있는 날, 담배 한 대 피고우 바람이나 쐴겸 밖으로 나와 어슬렁 대다가
'도대체 왜!' 그 근처에서 놀고있는지 저로서는 이해가 안되는 그 두 사람을 목격하는 일이 또 발생하고
(아마 그들도 놀라고 살찐 제 몸땡이를 보았겠죠...) 이상하게 불편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무슨 제가 '스토커'가 된 것 같기도 하구요...ㅠ
시간이 좀 더 지나자 그들이 연애를 한다는건 사원들 사이에 '공공연한 비밀'이 되어버렸고,
그들도 대놓고 '선포'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알 사람은 다 안다는걸 눈치챈 뒤로 좀 더 '행동 반경'이
넓어졌습니다. 안쪽으로요...ㅠ 어헣헣헣
그렇다고 대놓고 어디 구석에서 애정행각을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일단 제가 본 적은 없으니...)
건 아닌듯 '싶습'니다만, 빈 회의실에서라든지 탕비실에서라든지
묘하게 둘이 한참이나 머물러서, 커피 마시러 갈때도 '혹시나 마주치면 어쩌나'...
잠깐 쉴겸 회의실에 갈 때도 '이거 또 거기 있으면 어색해서 어쩌나...' 고민고민...
제가 소심한게 문제인건지는 모르겠지만 참 불편하기 그지 없습니다.
처음부터 티를 안내기로 작정을 했으면, 그 '레이더 반경'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철썩 붙어다니거나,
비록 '공공연'한 비밀이라고는 해도, 그래도 활동 영역을 '안쪽으로' 넓힐건 뭐야...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 사람이... 서로 좋은데, 그것도 바로 옆에 있는데... 남들도 다 알고, 그렇다고 대놓고 민망하게
구는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지... 인지 상정이지...' 하고 이해가 되기는 머리로는 되지만...ㅠ
어헣헣허헣헣 불편해......ㅠ
생각해 보면 '일 하는 곳' 이라는 '공적인 장소'에서 '연애'라는 지극히 사적인 행위가 벌어진다 것에서
오는 그 어떤 '간극'이... 그것이 만드는 묘한 긴장감이 저를 불편하게 만든게 아닌가 싶습니다.
저는 그동안 제가 꽤나 '개방적'인 오픈마인드의 인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봐요...
사실 길 한복판에서 누가 붕가붕가를 하고 있거나, 아스팔트 바닥에서 수영을 한다고 허부적대도
그냥 '그런가보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게 '나와는 관계 없는', '언제고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이나 장소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라,
'내 주변', '내가 벗어나기 어려운 행동반경'에서 벌어지는 일이기에... 불편하네요...
사실 그냥 전혀 신경 안쓰고, '개의치 않고!'
'니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여긴 내 구역이고 이 구역에 미친놈은 나야' 하고 그냥 제 맘대로 하면
그냥 속이 편하겠...지는 않겠어서... 그렇게 눈치 없는 인간이 되는건 스스로 용납이 안되서
어쩔 수 없이 감내해야 하는건가봐요.
사실 제일 나쁜건 그 커플이죠.
라고 말하기에는 남들은 다들 잘 편하게 지내는 것 같은데...
어허허허허 제가 문제네요 ㅎㅎㅎ 정작 불편할 사람은 그들인데, 왜 이상하게 제가 불편한지...
그냥 마주칠일 없게 당분간 커피도 안마시고 몰래 쉬지도 말고 일이나 열심히해야겠어요... 어허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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